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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오라클의 썬 인수를 지연시키는 이유 09.11.10 18:18

유럽위원회(EC)가 올초 있었던 오라클의 썬 인수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는 두 회사의 합병을 승인했는데, EC에선 지속적으로 승인 시기를 연기하고 있는 것이죠.

EC가 내놓은 반대 이유는 데이터베이스 시장의 독점화입니다. 오라클은 유닉스, 윈도우 서버, 리눅스 등 메인프레임을 제외한 대부분의 개방형 시스템 시장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유닉스 시장에서는 50% 가량을 넘기고 있고, 윈도우 서버 시장에서는 45% 가량입니다. 리눅스 기반 시장에서는 80%에 육박합니다.

오라클은 “EC가 시장을 모른다”는 입장이지만 뭔가 새로운 안을 제시하지 않았다간 인수 시너지는 고사하고 썬의 몰락만 보게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직면할지도 모릅니다. 두 진영간 힘겨루기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 것인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시장 조사 업체인 가트너에 따르면 2008년 전세계 DBMS 시장에서 오라클은 49%의 점유율을 확보, 메인프레임 시장을 장악한 IBM(22%)과 윈도우 서버 기반의 마이크로소프트(16.6%)에 경쟁이 안되게 앞서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라클은 썬을 인수하면서, 오픈소스 DBMS의 대표주자인 MySQL도 덩달아 품에 안았습니다. 썬은 2008년 10억 달러를 들여 MySQL을 인수했었습니다. MySQL은 썬을 인수하면서 오라클 품에 그냥 딸려 들어온 것이죠.

MySQL은 웹 분야에 탁월한 경쟁력을 가진 오픈소스 DBMS입니다. 리눅스(L)와 아파치(A), MySQL, PHP로 대변되는 웹생태계의 근간이 되는 IT 핵심 인프라 소프트웨어가 바로 MySQL입니다. LAMP가 세상을 바꾼다는 소리가 허명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유닉스 서버와 오라클의 조합으로 이뤄져 있던 시스템들을 리눅스와 MySQL로 교체했습니다. 신생 인터넷 업체들은 출발부터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자유로움을 위협할 일이 벌어진 것이죠. 오라클의 수중에 MySQL이 들어간 겁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미국 정부는 아무런 조건을 안걸고 두 회사의 합병에 EC가 딴지를 겁니다. 썬이 보유한 수많은 자원들 중 유독 MySQL에 집착합니다.

왜 그럴까요? 정확한 이유는 아직 알지 못하지만 유추는 가능합니다.

운영체제 시장은 메인프레임, 다양한 유닉스, 윈도우 서버, 리눅스, BSD 계열 제품 군 등 다양합니다. 상용 운영체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대체제가 많이 있습니다. 센트OS(CentOS)의 경우는 돈 한푼 안들이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리눅스가 태어난 곳이 유럽입니다. 그만큼 리눅스 전문가들이 곳곳에 많이 포진해 있습니다. 활용도 굉장히 많이 됐습니다. 리눅스의 경우 페도라라는 커뮤니티에서 관련 엔진들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하고 있고, 이 엔진을 가져다가 상용 업체들이나 전문 서비스 업체들이 자신들에게 특화된 기능들을 넣을 수 있습니다.

레드햇이나 수세리눅스를 인수한 노벨이 가장 강력한 리눅스 대표 기업이지만 오라클처럼 마음만 먹으면 페도라의 엔진을 활용해서 이 시장에 뛰어들 수 있습니다.

정작 리눅스를 만들어 놓은 곳은 유럽인데 전문 회사는 미국에 있으니 통탄할 노릇이겠지만 특정 업체가 리눅스 엔진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관련 생태계 구조를 만들어 놓은 것이죠.

MySQL은 MySQL AB라는 스웨덴 회사가 만든 오픈소스 DBMS입니다. 공교롭게도 운영체제에 이어 핵심 오픈소스DBMS도 유럽 국가에서 탄생됐습니다. 그런데 이 MySQL AB라는 회사는 MySQL에 대해 별도의 커뮤니티로 독립시켜 놓지 않고 엔진 개선과 관련한 대부분의 권한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MySQL의 무료 서버 제품은 공개되지만 비상업적 용도에 한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제품 지원이나 정기적인 업데이트는 비용을 지불한 회사에 한해 제공합니다. 오픈소스 회사긴 하지만 새로운 형태를 가져가면서 사업을 해 온 것이죠. 소스의 모든 지적 재산권이 커뮤니티가 아니라 MySQL AB라는 회사에 있습니다.

문제는 이 회사가 썬에 인수됐다가 바로 오라클에 딸려 들어간 것이죠. 오라클은 상용 DBMS에 대한 유지보수요율을 22% 인상했습니다. 이미 다방면에서 MySQL을 사용하고 있던 고객들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상당히 두려운 것이죠. 완전히 오라클의 손아귀에서 놀아나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것과는 별개로 SAP와 관련된 문제도 있습니다. SAP는 독일 회사로 독일 내 시장 점유율이 거의 80%에 육박합니다. 유럽 시장에서도 전사적자원관리(ERP)나 고객관계관리(CRM), 공급망관리(SCM) 분야에서 단연 1위를 하고 있습니다. SAP도 SAPDB가 있었는데요. 이 이름이 MAXDB라는 제품으로 바뀌었고, 2003년 MySQL AB가 SAP로부터 MAxDB에 대한 권리를 인수했습니다. 기업용 핵심 애플리케이션에서 처리되던 다양한 기능들을 MySQL AB가 보유하게 된 것이죠.

이 제품을 사용하는 유럽 고객들은 무척 많습니다.

시장 조사 업체인 IDC는 올해 전체 DBMS 시장이 244억 달러고, 이 중 유럽 DBMS 시장이 91억 달러 가량될 것이라고 관측 한 바 있습니다. 오라클이 지난해 시장에서 여전히 독보적인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MySQL에 대한 소스 권리까지 모두 획득하게 됨에 따라 유럽 기업들의 운신의 폭이 적습니다.

EC를 비롯해 유럽 기업들이 오라클의 썬 인수를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이유가 작용한 것 아닌가 합니다. 짧은 소견으로 짚어내지 못한 견해도 있을 겁니다. 그런 것들은 독자들이 채워주주 않을까 합니다.

한편, 유럽은 언제까지 남 좋은 일만 시키게 될까요? 유럽은 오라클을 압박해 어떻해서든 MySQL을 오라클 품에서 떼어 내려 합니다. EC의 바람대로 오라클이 MySQL을 포기한다면 이 참에 리눅스처럼 별도 커뮤니티가 주도하는 형태가 됐으면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또 언젠가 상용 소프트웨어 업체가 덤썩 삼켜버릴 것 같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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